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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식 '이란 모델' 시진핑이 웃는다 덧글 0 | 조회 33 | 2020-11-30 12:06:57
이승기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며 바이든 시대 북핵 정책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바이든 시대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회귀해 오바마 3기 정권이 될 것인지, 아니면 클린턴 2기 정부의 포용정책을 계승해 클린턴 3기 정권이 될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그러나 유념할 것은 ‘전략적 인내’와 ‘대북 포용정책’은 그리 멀리 떨어진 정책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리 북한을 포용하고자 해도 방법이 잘못되고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면 ‘전략적 인내’로 귀결하기 십상이다. 북한을 때릴 수도 없고 포용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태가 바로 ‘전략적 인내’다. 북한이 개과천선해서 비핵화에 나서거나, 아니면 경제 압박을 못 이겨 망할 때까지 무시하고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바로 ‘전략적 인내’의 대명사이지만 오바마도 처음부터 그 길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싶어 했다. 2009년 1월의 미국 대통령 취임사에서 오바마는 “(적성국 지도자들이) 움켜쥔 주먹을 펴면 미국도 손을 내밀겠다”라는 말로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의 길을 열어놓았다. 그의 가슴속에는 부시 정권 말기의 북·미 협상 성과를 계승하고 궁극적으로는 클린턴 정부 2기의 대북 포용정책을 자신의 대에 완성하고자 하는 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다. 남북관계가 문제였다. 오바마보다 1년 먼저 집권한 이명박 정권하에서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있었던 것이다. 원래 김정일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측은 2007년 말의 대선 승리 후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의 남북관계를 부정하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설상가상으로 북측이 부시 정부와 체결했던 핵 합의가 어그러졌고, 2008년 8월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위기도 겪었다. 결국 북한은 한국, 미국과 손잡고 미래를 열어가려던 희망을 버리고 오로지 핵 개발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오바마가 그 유탄을 맞았다. 2009년 4월5일 오바마는 체코 프라하에서 자신의 대선 공약인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해 연설했다. 북한은 그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 달 뒤엔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이제는 누구도 믿지 않겠다’는 북한의 배신감과 내부적으로 시동이 걸린 핵무장 계획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였을 것이다. 결국 2008년 북한이 겪은 배신감이 오바마 정권 8년 동안의 북·미 관계를 지배했다. 오바마 정권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유엔안보리에 제소해 제재를 가하고, 중국에 고위급 특사를 보내 대북 제재에 협력을 부탁하며, 한국·일본과 함께 북한에 외교적 압력을 가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바이든의 대선 승리 이후 한반도 정책 라인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당시의 상황을 몸으로 겪은 사람들이다. 당연히 북한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당선자가 당시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무관하다고 지적한다. 전략적 인내 전략이 국내에 알려진 것은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2010년 5월26일 방한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를 미국의 입장으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는 2009년부터 힐러리 장관과 리처드 홀브룩 전 아프간 특사가 전략적 인내의 기본 개념을 만들어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은 이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에 따르면, 오히려 바이든은 공화당의 전설적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리처드 루가와 함께 냉전 해체에 힘을 보탰고, 클린턴 정부 당시엔 대북 연착륙 정책을 상원에서 설계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번 미국 대선 토론 과정에서 표출된 바이든의 대북관은 미국의 전통적 대북 인식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처럼 약간 의도적이면서도 과장되고 파격적인 행동양식을 취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인식부터 그렇다. 바이든은 지난해 11월 텔레비전 선거광고에서 김정은을 ‘폭력배’로 지칭해 논란을 불렀다. 이에 북측 관영언론 조선중앙통신은 ‘미친개는 한시바삐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으로 응수해 양측 관계의 험난한 출발을 예고했다. 또한 바이든은 트럼프가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고 친서를 주고받는 등 개인적 관계를 맺은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미국 외교협회(CFR)와 주고받은 대북정책 문답에서 그는 “트럼프 덕분에 살인적 독재자인 김정은은 더 이상 세계무대에서 고립된 버림받은 자가 아니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이전만 해도 미국 지도자가 북한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그 자체로 북한에 대단한 시혜를 베푸는 일이라는 인식이 만연했다. 바이든 역시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다만 바이든은 대선 TV 토론에서 “핵 능력을 축소한다고 동의하는 조건으로만 김정은과 만나겠다”라고 말해 만남 자체에 대해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북한이 먼저 무엇을 하면 미국이 그다음에 무엇을 하겠다는 식의 ‘전략적 인내’ 시대 화법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바이든의 발언은 바이든 캠프 외교안보팀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외교안보팀의 좌장은 오마바 시절 국무부 부장관이었던 토니 블링컨이라는 인물이다. 블링컨은 하버드 대학 출신으로 바이든이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시절 보좌관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블링컨은 오바마 정부 때 바이든 부통령 안보보좌관을 거쳐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국무부 부장관까지 지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국무장관이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 하나는 반드시 맡을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든이 김정은을 ‘폭력배’로 불렀다면 블링컨은 ‘최악의 독재자’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시절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을 미국 대통령과 동등한 반열에 올리면서도 아무 대가도 얻지 못한 것은 효과적인 외교가 아니며 충분한 준비를 거쳐 얻은 결과로 볼 수도 없다”라고 비판했다.

북핵 문제는 결국 중국 문제다

그렇다면 바이든 새 행정부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그동안 바이든 캠프 관계자들의 발언이나 기고 등을 통해 대략 어떤 구상을 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토니 블링컨이 2017년 3월15일자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먼저 큰 틀에서 북핵 문제의 군사적 해결에는 반대한다. 선제타격을 포함한 군사적 해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대신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도달하고자 하는 북핵 해법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북핵을 동결시킨 뒤 북한의 핵 개발을 점진적으로 철폐시키는 방법’이다. 클린턴 정부 시절인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1차적으로 북한의 핵 개발을 동결시킨 뒤 클린턴 정부 2기 때 연락사무소 개설, 국교 정상화 등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려던 2단계 해법을 블링컨도 긍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고문에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대북 압박의 방법론도 담겨 있다. 그는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중국이 당시 시행했던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등을 다른 물품으로 확대해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고갈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국·미국·일본이 긴밀하게 협조해 북한에 우호적인 제3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북과의 외교 단절을 유도하고, 북한이 파견한 노동자를 추방하며, 북한 선박의 입항 금지 조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링컨의 대북정책 구상은 오바마 정부 시절 그가 추진한 ‘이란 핵 합의’를 모델로 하고 있다. 그는 바이든 부통령실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재임할 당시 이란 핵 프로그램과 아프가니스탄 및 파키스탄 관련 정책 수립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담당했던 이란 핵 협상 모델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해 보인다. 그 모델을 북핵 문제에 적용하려는 욕망도 클 것이다. 블링컨은 이란 핵 합의 타결(2015년 6월)로부터 4개월여 뒤인 10월6일 국무부 부장관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해서 “북한이 이란을 보길 바란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이 북한과의 의미 있는 협상에 관여할 의지에 회의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신뢰에 기초해 나오면 우리는 여전히 협상에 열려 있다.” 당시 이미 이란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고 싶어 했던 것이다.

블링컨은 트럼프 정부 당시인 2018년 다시 〈뉴욕타임스〉에 “북한과 핵 합의의 최고 모델은 이란”이라며, △모든 핵 프로그램 공개 △국제사찰단 감시하의 (우라늄)농축과 재처리 인프라 동결 △(핵)탄두미사일 일부의 폐기와 경제제재의 제한적 해제의 맞교환 등을 서로 고려해볼 만한 잠정적 합의 요소라고 주장했다. 이런 합의가 “상세한 단계적 로드맵을 포함한 좀 더 포괄적 합의안을 협상할 시간을 벌어줄 것”이며 “우라늄 광산 정련공장, 원심분리기 농축, 재처리 시설 등 핵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이란 핵 합의의 장점”이라는 것이었다.

비록 트럼프 정부에 의해 폐기되긴 했지만 미국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게 될 인물이 북핵 해법의 모델로 이란 핵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정부 기간을 거치며 변화한 북한·중국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존 경험만 맹신하며 이 모델을 밀어붙일 경우 심각한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란 핵 합의에 대해서는 그 내용과 함께 과정까지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란 핵 합의는 2003년 3월 부시 정부가 이라크를 공격하자 이에 위기를 느낀 이란이 미국에 일괄타결(grand bargain)을 비밀리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란의 안전보장 및 외교관계 정상화(미국 측 조치)’와 ‘핵 활동에 대한 완전한 투명성과 하마스, 헤즈볼라 등 무장집단 지지 철회(이란 측 조치)’를 맞바꾸자는 내용이었다. 당시 미국 조지 W. 부시 정부는 이를 불신해 거부했으나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EU) 소속 3개국은 이란과 협상을 시작했다. 2005년 이란에서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협상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2013년 6월 중도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오바마와 34년 만에 양국 최고 지도자의 직접 통화가 이뤄진 것을 계기로 핵 협상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2년 뒤인 2015년 4월2일에는 스위스 로잔에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P5+1)이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의 핵심 사안에 잠정 합의하고 6월30일까지 최종 협상안을 도출함으로써 비로소 이란 핵 합의가 타결되었던 것이다.

이란이 하산 로하니 시절 핵 협상에 다시 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2010년 들어 미국이 국방수권법에 의거해 이란 압박을 강화하고, 이란산 원유 수입국들인 유럽이 유류 운송보험을 중단시키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에 치명적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이란은 원유 수출 중단으로 인한 경제난을 견디지 못했다. 즉, 미국의 압박뿐 아니라 유럽의 동참으로 이란에 경제적 타격을 가하면서 하산 로하니를 협상장으로 불러낼 수 있었다.

바이든 정부는 바로 이 과정을 북핵 협상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즉 북핵 문제의 ‘다자적(multilateral) 접근 및 단계적 해결(실무협상-고위급 협상-정상회담)’ 방안이다. 바이든은 CFR과의 문답에서 “비핵화된 북한·이란 공동의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동맹국 및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과 조율된 노력에 시동을 걸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바로 이 대목이다. 이란 핵 협상 당시에는 이란산 원유 수입국으로 이란 경제에 영향력이 큰 유럽 국가들이 미국과 함께 압박에 동참해 이란의 퇴로를 차단함으로써 이란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그런데 북핵 문제에서, 이란 협상에서의 유럽과 같은 지위를 가진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바이든은 CFR 문답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동맹국 및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을 언급했다. 마치 북한 비핵화에 영향력을 미칠 나라가 많은 것처럼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다. 그러나 사실 북한 대외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 외에 북한에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북핵 문제는 결국 중국 문제인 셈이다. 즉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북핵 정책의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바이든은 바로 이 점에서 ‘중국의 협조를 구한다’는 기존의 관성적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협조를 구해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바이든 팀의 발상은 자신들이 앞으로 수립한다는 대(對)중국 정책의 방향과 모순된다.

바이든은 원래 친중파로 분류되었던 인물이다. 클린턴 시절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시절인 2011년에는 중국을 방문해 당시 장쩌민 주석의 후계자였던 시진핑과 친교를 맺었다. 2013년 11월 중국이 센카쿠 열도 상공까지 방공식별구역을 설치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바이든은 부통령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서 시진핑 주석과 담판했으나 서로의 간극만 확인하고 돌아선 이후 감정이 안 좋아졌다고 한다. 2015년 이후 미·중은 인공섬 문제나 ‘중국 제조 2025’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를 계기로 과거 친중파였던 미국 내 공화·민주당 소속 인사들이 대부분 반중으로 돌아서는데 바이든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가 등장하면 중국의 인권·민주주의 문제를 거론하며 트럼프 정부보다 강경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지적도 일리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 우선주의에 빠져 동맹국을 무시했던 트럼프 정권의 과오에서 벗어나 중국 견제를 위한 ‘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를 구축하는 등 좀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대중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이든 정부가 뻔한 실수 피하려면

그러나 바이든 스스로 북핵 문제를 대중 압박 기조의 예외로 설정함으로써 커다란 구멍을 미리부터 만들어놓은 셈이다.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9월25일 마이클 모렐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대행과의 대담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對)중국 정책과 관련, “미국과 중국 관계는 적대적·경쟁적 측면뿐 아니라 협력적 측면도 갖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가 말한 협력적 측면은 기후협정이나 국제기구에서의 협력뿐 아니라 북핵 문제에서의 협력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퇴로를 끊어 협상에 나오도록 했던 유럽연합 국가들의 역할을 중국에 기대한다는 이야기다. 달라진 상황을 반영하여 과거와 같은 부탁 차원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힘의 우위’를 확실하게 한 상태에서 협조 요청이 이뤄질 것이라고 암시하긴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중국을 다뤘던 방식으로부터 크게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는 북핵 문제를 아예 ‘중국 문제’로 보고 중국과 담판 지어 해결하려 했다. 이른바 ‘쿠바식 해법’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은 쿠바를 제쳐두고 소련과 담판을 벌여 미사일 위기를 해결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북핵은 북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중국이 뒤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 보고 중국과 담판을 벌여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북한은 제쳐두고 중국 때리기와 북핵 문제 협조를 연계한 것이다. 2017년 4월 미·중 정상회담(마러라고 리조트)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이 하지 않을 거면 우리가 하겠다’고 하자 당일 벌어진 시리아 화학무기 공장 폭격에 놀란 시진핑 주석이 얼결에 ‘우리가 할 테니 시간을 달라’고 하면서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의 책임을 떠맡게 되기도 했다. 중국에는 북한과의 경제적 연결고리를 차단해서 북한의 퇴로를 끊으라고 압박한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베트남 모델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서방 체제로 끌어들이려 한 것이다.

바이든 팀은 트럼프 정부의 해법을 읽어내지 못하고 북핵은 북한의 문제이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에 대해서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태도를 견지하는 대신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쪽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권 내내 중국은 미국이 내준 숙제를 해결하느라 쩔쩔매는 을의 위치였다. 바이든 정부에서 중국은 과거 오바마 정권 때처럼 ‘미국의 부탁을 들어줄까 말까’ 판단하는 갑의 위치로 복귀할 수 있다.

북핵 문제의 칼자루를 중국에 다시 돌려주게 되면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압박 정책은 사실상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미 많은 노하우를 쌓아왔다. 물밑 조율을 통해 북한이 사고 치고 중국이 수습해주는 척하며 미국의 대중 압박을 하나씩 풀어가는 것은 사실 일도 아닌 셈이다. ‘조율된 대북 압박’이 아니라 ‘조율된 대미 교란’이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가 앞날이 뻔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중국을 압박하고 북한을 포용’한 트럼프 정부의 해법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남문희 기자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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