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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우의 미세한 풍경] 가붕개 공화국에서 생긴 일 덧글 0 | 조회 18 | 2020-12-03 03:03:53
MBC  

가붕개 국민 절반은 세탁기로 빨래를 하고 나머지 절반은 손빨래를 했다. 경제 사정이 나아지고 생활 방식이 바뀌면서 세탁기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빨래판을 세탁기로, 낡은 세탁기를 새걸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세탁기를 두 대 가진 사람들도 있었는데, 한 대는 남에게 빌려줘 노후를 대비하는 경우였다.

이 나라 집권당인 내로남불당 선거전략연구소는 ‘국민들이 세탁기를 소유하는 순간 보수화되며,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선거에 불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로남불당은 국민을 최신 세탁기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갈라놓는 작전을 짰다. 낡은 세탁기를 가졌거나 손빨래 인구가 열에 아홉이었으므로 이들만 공략하면 이기는 게임이었다. 일단 이전 정권의 세탁기 공급 대책을 모두 폐기했다. ‘빨래가 먼저다’라는 구호를 만들어 전국에 현수막을 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탁기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자 정부는 세탁기 생산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가붕개엔 세계적 가전회사가 두 곳이나 있었다. 가붕개 정권은 이 중 세계 가전 1위 기업 총수를 이전 정권 때 일을 문제 삼아 구속했다. 기업들은 숨 죽이고 세탁기 수출에만 집중했다.

세탁기 값이 신형·중고 할 것 없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내로남불당 집권 후 평균 50% 넘게 올랐고 최신 세탁기는 두 배 넘게 오르기도 했다. “이게 빨래냐” “세탁기가 네 거냐”는 원성이 쏟아졌다.

지지율이 떨어지자 정부는 ‘빨래판 개선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MDF 빨래판을 전나무 빨래판으로 무상 교체해줬다. 이 정책이 먹히지 않자 단풍나무 빨래판으로, 다시 오동나무로 이어졌고 결국 금강송 빨래판을 공급하는 정책도 나왔다. 세탁기 소유자에겐 빨래세를 중과세하고 특히 신형이라면 엄청난 종합세탁세가 부과됐다. 새로 세탁기를 사려면 12% 취득세를 내야 했다. 이렇게 되자 느닷없이 탈수기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다.

언론과 학계, 시민단체들이 “신규 세탁기를 대량 공급하라”고 울부짖었지만 내로남불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전업체들의 세탁기 애프터 서비스를 모두 중단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대통령은 “세탁기 값은 잡히고 있다. 우리는 공정하고 평등하고 정의롭다”고 스물네 번 말했는데, 매번 말투가 똑같았다. 대통령 연설 음원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분석했더니 매번 문장뿐 아니라 음원의 파형도 완벽하게 일치했다. 녹음된 연설을 반복해 틀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감사원 감사 결과 어느 일요일 한밤중에 이 파일이 삭제된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이 이 사건을 파고들자 가붕개 정권은 검찰을 해체해 경찰청 교통안전과 산하 기관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에 반발한 검사들은 사표를 냈고, 나머지 검사들은 서로 목 좋은 교차로를 차지하려고 아귀다툼을 벌였다.

정책실장이 말했다. “내가 세탁기를 써봐서 아는데 모든 국민이 세탁기를 쓸 필요는 없다.” 법무장관도 말했다. “모두 세탁기를 쓸 수 없다. 가재·붕어·개구리표 빨래판을 쓰면 된다.” 시민단체에서 정부 요인들의 가전제품 보유 현황을 조사해보니 한 명도 빠짐없이 집에서 세탁기를 돌리고 있었다.

불붙인 빨랫방망이를 든 사람들이 도심에서 시위를 벌였다. 정부는 최종 대책이라며 티타늄과 두랄루민 합금 빨래판을 대량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초경량이며 극미세 돌기가 오조오억 개 돋아나 있어 세탁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고 했다. 국민들은 광장에서 외쳤다. “세탁기 달라는데 티타늄판 웬말이냐!” 국토부장관이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티타늄판으로 빨래를 했더니 우리 집 세탁기와 성능이 똑같다. 세탁기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세탁기가 빵이라면 밤새워서라도 만들겠다.”

선거가 다가오자 내로남불당은 갑자기 ‘설거지가 먼저다’라는 구호를 만들었다. ‘전 국민 식기세척기 보유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먼저 소득 하위 50% 가정에 식기세척기를 무료로 주겠다고 했다. 정부 예산이 엄청나게 늘었지만, 이미 종합세탁세로 뜯어낸 돈이 충분했다. 사람들은 언제 불방망이를 들었냐는 듯 즐겁게 식기세척기를 돌렸다. 공영방송은 하루 종일 ‘손빨래 다이어트’ 캠페인을 방영했다.

선거 결과는 내로남불당의 압승이었다. TV에서 집권당 의원들이 잔을 높이 들고 건배사를 외쳤다. “설거지가 먼저다!” “20년 더!” 그들 뒤로 최신형 트윈 드럼 세탁기 수십 대가 윙윙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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