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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쫓아내는 판타지의 매력 덧글 0 | 조회 3 | 2020-12-05 01:00:38
민복이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인플루엔셜

빛의 현관요코야마 히데오 지음최고은 옮김검은숲

유랑의 달나기라 유 지음정수윤 옮김은행나무

소설에서 위안을 오랜만에 얻었다. 1년 가까이 창궐 중인 중국발 역병이 주는 스트레스와 혈압만 올리는 국내 정치경제 현실은 뭔가 내적인 돌파구를 요구했고, 우연히 집어 든 각기 다른 장르의 일본 소설 세 권은 모두 그 수요에 부응했다. 물론 아주 우연은 아니다. 두 권은 전작에의 인연이 있고, 다른 한 권은 띠지에 적힌 마케팅용 수식어에 손이 반응했다.

우선 『변두리 로켓』은 “당한 만큼 갚아준다”는 모토로 조직의 갑질과 불의에 돌직구를 던지는 은행원 이야기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로 파란을 일으킨 이케이도 준에게 2011년 나오키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실패한 로켓 개발자라는 회한을 품고 아버지 뒤를 이어 중소기업을 운영하게 된 연구원 출신의 사장이 주인공이다. 짐작하시는 대로, 작은 회사의 기술을 노리는 대기업이 빌런으로 등장하고, 여기에 맞서 결국 승리를 쟁취하는 사장의 우직함이 기본 플롯이다. “난 말이야, 일이란 이층집과 같다고 생각해. 1층은 먹고살기 위해 필요하지. 생활을 위해 일하고 돈을 벌어. 하지만 1층만으로는 비좁아. 그래서 일에는 꿈이 있어야 해. 그게 2층이야.”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사장의 이 ‘모범답안’에도 젊은 직원들은 기술을 대기업에 팔아 당장의 경영난부터 해소하자며 자중지란을 일으킨다. 어떤 면에선 외부의 위협보다 더 큰 위기다. 이 안팎의 위기를 저자는 밀었다 당겼다 능란한 솜씨로 풀어낸다. 기저에 깔린 것은 ‘장인정신’이요 ‘자부심’이다. 이는 거들먹거리며 회사를 둘러보다가 깜짝 놀란 대기업 간부의 방백에서도 잘 드러난다. “쓰쿠다제작소에는 뭔가가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뭔가를 가지고 있다.”

『빛의 현관』은 추리소설이다. 저자 요코야마 히데오는 기자 출신으로, 사건 취재 현장 경험을 십분 녹여낸 『64』(2012)가 독일 미스터리 대상 해외부문 1위에 오르는 등 일본 국내외에서 독보적이라는 평판을 받았다. 이 책을 읽으며 일본 신문 사회부 경찰기자들의 치열한 삶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던 기억이 새롭다. 이전의 소설이 사회성 강한 스릴러였다면, 이번 작품은 따뜻함이 배어 나오는 ‘휴먼 미스터리’라고 부를 만하다. 특이한 것은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자신에게 저택을 지어달라고 주문한 뒤 사라진 의뢰인을 찾으려는 건축가의 행보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왜 멋진 새집에서 살지 않고 홀연 사라졌을까. 의뢰인이 건축가에게 주문한 “스스로 살고 싶은 집을 지어주세요”라는 말에 얽힌 사연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는 순간, 묵은 체증이 빠져나가는 카타르시스와 뭉클함, 그리고 세상 인연의 그물이 얼마나 촘촘하게 우리를 엮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유랑의 달』 띠지에 적힌 ‘2020 서점대상 1위’ ‘아마존 일본 종합 1위’ ‘츠타야 서점 1위’라는 홍보 문구는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저자 나기라 유는 BL(남성 동성애) 소설을 오래 써왔는데, 몇 년 전부터 일반 소설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 소설에서 저자는 사회적 통념의 희생양이 된 남녀 주인공을 통해 ‘순수함’의 정의를 들려준다. 피해자가 납치범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는 ‘스톡홀름 신드롬’이나 ‘소아성애자’라는 간단한 프레임으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올가미부터 씌우는 세간의 시도는 폭력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상처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애틋하게 느껴지도록 감정선을 섬세하게 쌓아 올린 것은 작가의 재주라 하겠다.

세 작품의 주인공들은 모두 아픔이 있다. 앞서 두 작품의 주인공도 각각 딸 하나를 둔 이혼남이다. 두 작품 모두 전 부인이 음으로 양으로 전 남편을 돕는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비록 판타지처럼 보일지라도, 외로운 주인공에게 작가가 던지는 응원일터다. 하긴, 세상에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거늘.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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