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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방역과 경제 사이 덧글 0 | 조회 5 | 2020-12-05 01:20:31
알파연  

2010년 독일의 저명한 화학저널에 실린 한 논문이 과학자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인과관계에 관한 고전적인 질문에 답을 내놨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의 마크 로저 교수 연구팀은 달걀의 껍데기 형성에 닭의 단백질이 필요하기 때문에 ‘닭이 먼저다’라는 대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바이러스학회에서 펴낸 『우리가 몰랐던 바이러스 이야기』에 나오는 일화다. 뜬금없는 닭 이야기를 꺼낸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대유행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정부가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에 대한 다툼은 생화학적 인과관계와 관련된 단순한 흥밋거리에 불과할지 모른다. 코로나19를 둘러싼 ‘방역이 먼저냐 경제가 먼저냐 ’의 논란은 다르다. 시쳇말로 ‘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매한가지’라고도 하지만, 우선순위를 분명히 정해서 대책을 세우고 성과를 내야 하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지난달부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쏟아지자 의료 전문가들은 강력한 방역 대책을 선제적으로 구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머뭇거리던 정부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임박하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의 고삐를 죄었다. 수능은 무사히( ) 끝났지만 코로나19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자칫 미국이나 유럽에서처럼 코로나19가 들불처럼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확진자는 면접고사에 응시할 수 없고 격리자는 전국 단위로 이동할 수 없지만 대학별 논술·면접 등 입시 일정이 아직 남았다. 그 후에는 입시에 찌들었던 40만 명이 넘는 전국의 수험생이 ‘해방구’를 찾아 나설 공산이 크다.

사실 방역과 경제는 양립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정부는 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왔다.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 전망 수치를 가리키며 “우리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결과도 그의 부연 설명처럼 ‘효과적인 방역 조치에 힘입어’서다.

지금까지는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여건이 나쁘지 않았다. 지난 2~3월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왔지만 특정 집단에 한정됐다. 그 후 다른 지역에서는 감염자를 빨리 찾고, 이들의 동선에 있는 접촉자를 가려내 대규모 집단 감염을 막아왔다.

광범위한 백신·치료제 접종 없이 코로나19와 동거하는 마지막 겨울이 될 수 있는 현재 상황은 위태롭다. 이대로 가다간 방역은 물론 경제의 회복 불씨마저 꺼질 수 있다.

거리두기 단계 변경의 피로감이 크지만 단기적으로라도 정부의 단호한 결정이 절실한 때다. 입시 관계로 수험생의 이동량이 늘 수밖에 없다. 아무리 말려도 연말연시 모임도 잦을 공산이 크다. 더구나 바이러스 생존과 활동에 유리한 겨울철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언제라도 시행하도록 미리 방역 강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사후적 결정으로는 코로나19 확산세를 따라잡기 어려운 형국이다. 4일 방역당국이 내달 3일까지를 특별방역기간으로 지정하고, 서울시가 강화된 거리두기 조치를 내놨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의 일상과 생업에 심각한 제약이 발생하겠지만, 지금은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방역에 방점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거리두기에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하면서 ‘선제 대응’이라는 방역의 기본 원칙에 충실할 때다. 그래야 경제도 산다.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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