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80번 환자'가 사망한 데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1심 판단을 뒤집고 정부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손철우·김형진·원종찬)는 26일 메르스 80번 환자 김모씨의 유족이 정부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 중 대한민국이 패소한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1심에서 인정한 2000만원의 배상책임을 취소했다.
공무원들이 14번 환자에 대해 충분한 역학조사를 했더라도 80번 환자의 조기진단과 치료 기회가 주어졌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웠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특히 사망 원인이 메르스가 아닌 재발한 림프종이었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김씨는 2015년 5월 27일 림프종 암 추적 관찰치료를 받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다. 당시 병원에는 '슈퍼 전파자'로 불린 메르스 14번 환자가 입원해있었다. 병원은 격리조치를 따로 하지 않았고 김씨는 같은 응급실에 3일 동안 머물다 메르스에 감염됐다.
김씨는 같은해 10월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격리해제조치로 퇴원했지만 증상이 재발해 다시 서울대병원 음압병실에 격리됐다. 격리 도중 기저질환이었던 림프종암을 치료받지 못했던 김씨는 결국 다음달인 11월25일 사망했다.
앞서 1심은 "정부가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한 책임을 인정해 청구를 일부 인용한다"며 김씨의 아내에게 1200만원, 아들에게 800만원을 배상하게 했다. 이는 유족이 청구한 금액인 3억원의 10%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게다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고 유족 측은 이에 반발해 항소했으나 2심에서 완전 패소했다.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