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개신교회는 최근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유대인을 더 많이 돕지 못한 것과 반유대주의 및 증오의 씨앗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 데 죄책감을 느낀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는 르네 데 뢰베르 네덜란드개신교회 총회장이 지난 8일(현지시각) 암스테르담의 라브 아론 슈스터 유대교 회당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29일 밝혔다.
네덜란드개신교회의 성명은 독일 나치정권의 유대인 학살 시발점으로 불리는 ‘수정의 밤’(Kristallnacht) 사건 기념일 전날 발표됐다. 1938년 11월 9일 일어난 이 사건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 전역의 유대계 상점 7500여곳이 파괴되고 유대교 회당 수백 곳이 불탔다. 최소 91명의 유대인이 사망했고, 3만여명의 유대인 남성이 나치에 체포돼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다.
뢰베르 총회장은 “개신교회는 유대인 시민을 도울 용기를 미처 내지 못했다. 반유대주의는 하나님과 사람에 관한 죄악”이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네덜란드에 살던 유대인 10만여명이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었다. 당시 네덜란드 유대인의 70%다. ‘안네의 일기’의 주인공 안네 프랑크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숨어 지내다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다. 코리 텐 붐 여사처럼 유대인을 도운 네덜란드 개신교인도 있었지만, 극소수였다.
뢰베르 총회장은 “교회의 죄 많은 역사를 인정하는 데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네덜란드개신교회는 유럽의 반유대주의와 싸우기 위해 인종 차별 및 혐오의 위험성을 다음세대에게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